서풍의 광시곡 - THE WIND OF MEMORY (END CREDITS VER. 2023)

피아노 연탄곡인 THE WIND OF MEMORY는 서풍의 광시곡에서 가장 유명한 곡일 것입니다.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은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한데, 원래의 시놉시스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서풍의 광시곡은 세 명이 음악을 맡았는데, 제 경우엔 본가가 부산에 있다보니, 어쩌다 가끔 사무실에 찾아가는 편이었습니다만, 겨울 방학 시기의 상당 기간에는 소프트맥스 사무실에서 거의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직원은 아닌데, 거의 직원과 같은 생활을 했던 적이 있네요. 서울 거주의 다른 분들은 뭔가 만든걸 들려주기 위해, 혹은 사무실의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종종 사무실을 방문했었습니다. 사무실에 오면 종종 건반을 연주하면서 적당히 놀 때가 있었는데, 그런 상황들이 디렉터가 기억에 남았는지, 두명이 피아노를 같이 연주하는 장면을 게임에 넣게 되었습니다.

서풍의 광시곡 작업 중반, 이런저런 작업 목록 리스트를 보면서 분배하였는데, 가장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이 피아노 이벤트 곡은 장성운 님이 담당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이 곡의 어레인지 버전을 제가 맡았습니다.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리저리 리스트 보면서 각자 정했던 것 같은데.

좋아하는 작품의 음악들을 나름 취미로 카피해보거나 어레인지해본 적은 있습니다만, 상업 작품에서, 다른 분의 곡을 어레인지한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원곡 보다 나은 어레인지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그럴 능력도 안 되긴 합니다. 편곡의 방향은, 개인적 선호를 따라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목관악기가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가벼운 편성. 초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마을 음악들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분위기로 방향을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여성이라던가 라테일의 용경 같은 곳과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름 일관적인 취향이라고 해야할 지...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편곡이기도 한데, 원곡이 주는 그 분위기에서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원곡에서 음색만 몇개 바꾼 게 아닌가 싶은 정도가 되긴 했습니다만, 나름 덜어내는 쪽에 더 가까운 방향이었습니다. 그 곡을 요즘 즐겨 사용하는 악기들을 이용해서 새로 녹음해봤습니다. 근래의 용경과 유사한 사운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풍의 광시곡도 나온 지 25년이나 되었네요. 해외에서는 25주년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는 듯 한데.
THE WIND OF MEMORY (END CREDITS VER. 2023)
THE WAR OF GENESIS - RHAPSODY OF ZEPHYR
composed by SUNGWOON JANG
arranged by JOOEUN HWANG

Видео 서풍의 광시곡 - THE WIND OF MEMORY (END CREDITS VER. 2023) канала 황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