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v 이라크 - 1996 아시안컵 (Iran v Iraq - 1996 Asian Cup)

Dec 5, 1996 돌아온 이라크, 최대의 명승부

전통적인 중동의 양대 강국이었던 이란과 이라크는 다른 중동 국가들과는 달리 이슬람 시아파가 다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른바 일반적인 국가 형태를 갖춘 중동의 최대 강국이라는 점에서 여러 방면에서 라이벌 의식을 보여왔다. 현대사에 보기 드문 전국가적 규모의 전쟁(1980~88)까지 치렀던 터였고, 심지어 축구에서도 아시아 축구 역사상 손에 꼽을만한 명승부였던 1977년 아시아 청소년대회 결승(이란 테헤란 아리야메르 스타디움)에서 맞붙어(이라크 4-3 이란), 1977년 초대 유스 월드컵에 나란히 아시아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참고로 저 결승전에 운집한 10만 관중은 역대 아시아 연령별 대회를 통털어 최다 관중 기록으로, 앞으로도 깨지기 힘들 것이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란은 꾸준히 아시안컵에는 출전해왔으나 이라크는 아시안컵에는 계속 불참했고, 반대로 올림픽에는 이란이 계속 나오지 못한 반면(1980년 모스크바 대회에는 출전권을 획득했음에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하며 기권), 이라크는 1980~88년 사이 3회 연속 본선에 오르며 1986년 월드컵 본선 진출과 더불어 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떠올랐다.

양국은 17년만에 1993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맞붙어 이라크가 2-1로 승리한 바 있고 이번이 3년만의 대결. 애초에 1996 아시안컵 B조는 사우디-이란-이라크라는 중동 3강이 한조에 편성되어 대회 역사상 최대의 '죽음의 조'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사우디가 상대 퇴장을 등에 업고 태국을 6-0으로 대파하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양팀간의 대결이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라크는 9개월전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4강에 올랐지만 3,4위전에서 사우디에게 연장 골든골로 석패하면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쳤다. 그러나 당시의 멤버들은 향후 이라크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들로 손색이 없어서, 당시 멤버들중 무려 8명이 엔트리에 합류했다. 이 때의 이라크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1989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8강 멤버. 당시 이라크는 아시아 대회 우승국으로 본선에 나아가 조별 예선에서 노르웨이를 1-0, 스페인을 2-0,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일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3전전승, 4득점 무실점의 완벽한 기록으로 8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8강에서는 돌풍의 미국에게 1-2로 덜미를 잡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어쨌든 당시 멤버들중 4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라크로서는 1976년 이란 대회 이후 20년만의 아시안컵 본선 무대.

이란은 199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주춤했지만 전쟁의 상흔을 씻고 후세대들 양성이 서서히 결과물을 드러내며 주포 알리 다에이, 신예 카림 바게리 및 메디 마다비키야, 공격수 호다다드 아지지 등이 두각을 나타내며 다시금 아시아 정상권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친 상태.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컸던 탓에 만나기만 하면 아시아권 경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준 양팀의 대결은 이 대회 최대 명승부라 봐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후삼 파우지(섬네일의 가운데 선수)의 사각에서의 선제골은 유럽 축구에서도 보기 힘든 명장면.

선발 라인업

이란 (3-5-2):
21-니마 나키사;
5-아프신 페이라바니, 14-모하마드 학푸르, 3-알리 오사타드-아사들리;
9-하미드 에스틸리, 19-알리 유세피, 4-카림 바게리, 12-메디 마다비키야, 6-시루스 딘모하마디;
10-알리 다에이, 11-호다다드 아지지.
감독 - 모하마드 마옐리 호한

이라크 (4-3-3):
1-에마드 하심;
2-사미드 카딤, 5-라디 슈나이실, 4-압둘 자바르, 3-왈리드 아파트;
12-하이다르 마제드, 6-에삼 하마드, 9-알리 와하이브;
10-카탄 챠티르, 15-후삼 파우지, 17-라이스 훗세인.
감독 - 야흐야 알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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