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복동의 나라에서 이게 가능하다고?

얼마 전 일본에서는 택배시스템의 문제점이 논란이었습니다.
한 아파트의 CCTV화면에 찍힌 장면에는
대형 택배사의 직원이 자신이 배달하는 소포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요.
소포 뿐만 아니라 운송장비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일본사회에서는 큰 파장이 일었는데요.
단순히 택배기사의 인성을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일본의 택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약 40~50억 건의 택배가 운송됩니다.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빠른 배송"을 원하기 때문에
택배사 간의 경쟁도 심하고 일손 부족 등의 문제도 겪고 있죠.
그런데 빠른 배송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그것을 받쳐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장 문제점은 대부분의 일본 택배시스템이
배송이 완료되었을 때 택배주인의 서명, 심지어 도장까지 필요하다는 점이죠.
주인이 직접 수령하였다는 도장을 택배원에게 찍어주지 않으면
일본의 택배시스템상 해당 택배는 다시 반송되어 재배달을 해야 하는데요.
앞서 CCTV에 찍힌 장면의 경우
택배주인과 만날 수 없어 몇 번이나 재배송을 하러 갔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택배기사가 분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에 따르면
'정말 최악의 날에는 아침에 100개의 택배를 가져나가도
단 1개의 택배만 정상적으로 배송완료된 적도 있다'라고 하죠.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무인택배함의 보급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인택배함의 경우 고급맨션이나
관리비 비싼 아파트에만 보급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무인택배함이 가득 찼을 때에는 여지없이 재배송을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었죠.
게다가 일반주택에서는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택배함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이 스스로 택배함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아까워 설치하지 않는 세대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가정의 경우 택배기사에게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메세지를 남기기도 하는데,
사실상 택배회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메세지인 게 사실이죠.
문 앞에 두고 갔는데 분실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집앞에 놔둔 택배가 분실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나중에는 아예 택배시스템을 '느린 택배'로 바꾸는 풍조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빠른 택배'를 추구하며 어떻게든 빠르게 고객에게 배송을 하려다보니
고객이 집에 부재상태일 때도 배송을 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차라리 배송이 늦더라도 '고객이 확실하게 집에 있는 시간'에만
택배배송일시를 지정할 수 있는 서비스죠.

문제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서비스의 퇴보를 보이자,
일본 네티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바로 옆나라인 한국과 너무 다른 모습이기 때문인데요.
'일본인의 준법정신은 세계제일인데
왜 택배시스템은 한국을 따라하지 못하는가'라고 하죠.
실제로 한국인들에게 택배는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
'소화전 안에 넣고 가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에서는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도 남겨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 앞의 택배가 며칠 동안 쌓여있어도
아무도 그것을 건드리지 않는 게 일상이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나의 택배가 소중하듯이 너의 택배도 소중하다'
라는 것이 이른바 '국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 앞에 있는 물건들은 자전거를 제외하고 모두 안전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모습을 보고 해외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은 놀랍게도 택배를 문 앞에 두고 간다'
라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위해 거주한지 얼마 안 된 외국인들의 경험담이죠.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처음 구매했을 때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택배기사로부터 '문 앞에 두고 갑니다.'라는 메세지를 받았을 때
그들은 가슴이 철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혹시나 자신이 집에 도착하기 전 누군가가
자신의 택배를 훔쳐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이죠.
그들은 걱정 가득한 마음에 서둘러 바깥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걱정했던 자신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멀쩡하게 놓여있는
택배상자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웃집을 살펴봤을 때에도
하나 둘 씩 집 앞에 놓여있는 택배상자들을 보았고,
그것이 며칠 동안 놓여져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하죠.
한국의 택배시스템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서
저녁에 주문한 제품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데,
이것이 오로지 사람들 간의 신뢰만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들의 양심에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몇몇 일본인들은
'우리는 매일 일본인들의 민도에 자부심을 느끼고,
한국의 민도를 깎아내리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한국의 이러한 면을 볼 때마다 그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진정으로 민도가 높은 것은 한국인들이 아닐까.
일본인들은 그저 법을 어긴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창피하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를 옥죌 뿐이다.
그 말은, 법으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마음 속에 깔려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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