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엔 김광일 | 윤희석·원영섭 출연] '남남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선 한 달 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TK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지지층 사이에선 “내일 선거를 치르면 영남에서도 간판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권은 인재 영입, 지역 현안 해결을 고리로 영남으로 ‘동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반(反)이재명 정서를 가진 강성 지지층만 지키면 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TK 정당 지지율은 35%로 전주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6·3 대선 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이 지역 득표율(67%)과 비교하면 한 달 새 반 토막 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TK에서 24%를 득표했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56%로 직전 조사(44%)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TK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3.2%, 국민의힘은 34.7%였다.

체감 지역 민심도 얼어붙고 있다. 한 국민의힘 보좌관은 대구에 내려갈 때마다 ‘느그’ 타령을 귀에 피 나도록 듣는다고 했다. “느그가 보수가, 느그 도대체 서울서 뭐 하노. 느그는 더 망해야 정신 차릴 끼다. 지역민들이 분노에 차서 전하는 말들입니다.”

대선 패배 이후엔 실망한 지지자들로 인해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TK 지지율 2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 계열인 바른정당의 지지율과 합치면 40%에 가까웠다. 당시엔 ‘보수 혁신’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번엔 당내에서 “반이재명 전선으로 뭉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에코 챔버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믿음이 증폭되는 현상이다. 그는 “영남권 의원들이 외부에서 비판을 받으니 의원총회에서는 ‘우리끼리 똘똘 뭉치자’고 의기투합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지역구에 내려가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당원들과 접촉이 많으니 위기감 없이 상경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당직자도 “영남 주류 의원들의 경우 생각이 다른 의원이나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TK가 국민의힘을 밀어줬던 이유는 TK를 발판으로 ‘전국 정치’를 펼치는 수권 정당이 되라는 의미”라며 “2021년 이준석 열풍이 TK에서 불었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전국구 간판이 될 무게감 있는 인물이 없고, 의원들도 대구시장같이 ‘공천이 곧 당선’인 자리를 확보하거나, 강성 지지자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차기 다수당이나 집권당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TK 지지 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 이후 무당층으로 이탈한 30% 이상의 지지층이 내년 지방선거에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이 많은 영남·강남 위주의 ‘남남당’으로 전락했는데, 당이 강성 지지층에 기댄다고 해도 올 하반기 특검 정국이 닥치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며 “그래도 TK는 당장 민주당으로 지지를 옮겨가지 않고 ‘제발 좀 바뀌어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정 가능성은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자발적인 쇄신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jihe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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