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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간 그새끼, 과꽃 한 잎으로 기억하다 | 과꽃 - 채광석 과꽃

과꽃 / 채광석
광주에서 순 깡패짓만 골라하던 그 새끼

인문고 문턱에도 못 가보고

겨우 상고에나 다니던 그 새끼

툭하면 땡땡이치고 툭하면

야 꼬마야 돈 내놔

야 꼬마야 누나 내놔

하던 그 새끼가

어느날 군인이 되어

우리 집에 찾아왔어

학교 끝나는 시간만 되면

스포츠 머리에 기름 발라 넘기고

어이 은희씨

수피아 여고생허고 상고생허곤

영 수준이 안맞는당가

키득키득 우쭐거리며

누나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새끼

야이 씨발년아

누군 공부 못해 인문고 안간 줄 알어

그놈의 돈 때문에 내 청춘 종친거지

박박 악쓰던 그 새끼였어

그 새끼는 느닷없이

벌벌 떠는 아버지 앞에 넙죽 큰절을 했어

은희 누나를 절대 집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나가면 무조건 개죽음이라고

두부처럼 다 뭉개진다고

죄없는 광주시민 다 죽이는

공수부대 샅샅이 때려잡고

민주화되면

사람돼서 돌아오겠다고

숨 넘어가듯 주절댔어

그때서야 난 알았어

그 새끼 군복과 공수부대놈덜 군복이 틀리다는 걸

그 새낀 회색 깨구락지 군복을 입고 있었어

그때였어

처음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누나에겐

수십통의 편지를 툭 던져주었어

그리곤 어둠넘어 사라졌어

그날부터 누난 울었어

이 이 미친년이

이 이 난리에 사귈 놈이 없어

저런 날깡패를 사귀어

아빠 호통에서 아랑곳 않고

아빠 매질에서 아랑곳 않고

매일 헌혈을 갔다와선

한 통 한 통 편지마다

얼굴 파묻고 울었어

나타나지 않았어 그 새끼는

하얀 교복 입고 등교길 서두르는

작은누나 골목길 어귀

예전처럼 뒷호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보라색 배꼽바지 펄렁거리며

헤이

헤이

거들먹거리지도 않았어

우리 반 애들 돈 빼앗던

그 새끼 똘마니들도

하늘나라 가 버린거야

그 새끼는 아예 하늘로 올라가 버린 거야

누나가 매일 과꽃을 꺾어와

한 잎 두 잎

길 골목에 흩뿌리기는 하지만

하얀 눈물 맨날 맨날

꽃잎처럼

하늘거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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