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사자후 같았던 낙산사 앞 바다

비가 엄청 내렸다. 차에 정말 튼튼한 장우산을 늘 갖고 다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해서 우산이 뒤집혔다. 진짜 폭풍우를 가로지르며 사찰을 순례하는데 괜히 경건해진다. 막 내가 고행 하는 순례자 같고 ㅋㅋㅋㅋ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려고 며칠동안 기도 했다는 의상대에 갔는데,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원래는 낙산사에 가서 천수경을 독경하는게 계획이었는데 진짜 날이 너무 궂어서 반야심경을 독경했다. 바다를 향해 엄청 큰 목소리로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너느니라!!!!!!!" 로 시작해서 기도를 하는데, 엄청 복받쳐올랐다.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기독교인일때 통성기도 할때 느꼈던 그 카타르시스처럼. 바람소리 파도소리 볼륨이 마치 사자후와 같았기에 그리 큰 소리로 기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 몸 또한 그 거대한 자연의 일부가 된 듯 해서 자아로부터 잠시 벗어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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