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좌찬만세운동기념걷기

새벽부터 폭설이 내렸습니다. 봄꽃을 재촉해야 할 때 계절이 갑자가 뒷걸음질 했습니다. 3월 19일, 모든 게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103주년 용인 좌찬만세운동 기념행사가 열린 날입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고, 제설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무난히 마쳤습니다.

이번 만세운동 행사는 의례적인 기념 행사를 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기념식을 간소화 하고, 103년전 선각자들이 만세를 부르며 지나던 마을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눈을 맞아 옷이 젖고, 미끄러운 길을 걸어야 했지만 일제의 위협을 마다하지 않던 그 때를 생각했습니다.

3.1운동기념탑을 배경으로 국학원 풍류도지구별 예술단의 공연과 유관순 열사의 어록 낭록, 현장에서의 서예 퍼포먼스 등이 행사의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1921년 상해 임시정부의 삼일절 기념식에서 부른 '삼일절의 노래'가 음원으로 제작돼 울려퍼졌으며, 리틀용인 어린이들의 만세 시위를 형성화 한 율동이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이어진 만세길 걷기는 좌찬고개 아래 좌찬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길은 좌찬고개에서부터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부르며 내려오던 길입니다. 그날을 기억하고 계승하자는 뜻에서 마을 입구와 뒤쪽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이날 제막식을 가졌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좌찬만세운동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이 마을 토박이인 용인의 마지막 대장장이 김영환 장인이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만세운동으로 고초를 겪던 마을 어르신의 얘기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만세길 걷기를 통해 우리 모두 공통의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용인 만세운동의 첫 발걸음을 뗀 자랑스러운 곳, 하지만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좌찬이라는 지명이 일제시대 일본식 한자인 좌전으로 바뀌어 지금도 쓰이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 '좌찬로'와 '좌전삼거리'로 쓰인 도로 안내판이 함께 붙어있는 것을 걸으며 확인했습니다. 상가와 버스 정류장은 물론 마을 이름도 좌전으로 불립니다.

지역민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1994년 광복 50주년을 맞으며 대대적인 일제 청산 작업과 함께 우리 지명 되찾기가 시작되었는데 행정 당국의 후속 작업이 이곳에서는 이루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좌전이라는 지명이 입에 붙어버렸습니다. 궂은 날씨 속에 열린 좌찬만세운동 기념행사, 숙제를 푸는 길을 열었다면 성과입니다.

이길형 3.21좌찬만세운동 기념 걷기 추진위원장
[출처] 사진으로 보는 103주년 좌찬만세운동|작성자 문화와함께
https://blog.naver.com/netfool/222678063549
BGM : www.bens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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