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하메네이 정권 무너뜨린다?…모사드에 떨고 있는 이란

(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처음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는 SNS에 “정권 교체라는 표현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들 하지만,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고 썼는데요. 글 끝에는 마가(MAGA)를 변형한 미가(MIGA),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B-2 스텔스 폭격기 7대를 포함한 총 125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이란의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에 14발의 GBU-57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이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4발 이상을 잠수함에서 발사해 이란의 이스파한 핵시설을 타격했는데요.

공습 직후 트럼프는 SNS에 “위성 이미지상에 보이는 것처럼 이란 내 모든 핵시설에 기념비적인 손상이 가해졌다”며 “말살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10일 전 이스라엘이 전쟁을 개시하고 21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이후 트럼프가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첫 사례인데요.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그간 입장과는 대치되는 발언입니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목표이며 정권 교체는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죠.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전쟁의 목표는 사실상 이란 정권 교체에 있음을 시사해 왔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권 교체는 이번 전쟁의 결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죠.

44년째 굳건한 권력을 지켜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품어온 핵무기 야망은 사실상 꺾였고, 최측근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의 1차 공습으로 지휘부 상당수가 제거됐죠. 하지만 하메네이는 굴복하지 않고 “이란 국민은 강요된 전쟁에 맞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단호히 맞설 것이다”고 항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이스라엘은 9천만 인구의 거대한 국가인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직접적인 정권 교체보다 체제 내부를 서서히 흔들어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권력 이양을 준비 중인 하메네이의 후계자로는 그의 차남 모즈타바가 유력한데요. 모즈타바는 신학을 공부해 성직자 자격을 갖췄고,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 경력도 있어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하메네이의 핵심 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와 이란 국회의장이자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 출신 모하마드 갈리바프가 주요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이는데요.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 군 지휘부 내부에 깊숙이 침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지는 모양새입니다. SNS에는 군 지휘부가 모사드에 협력했다거나 이스라엘 폭격 직전 도주한 장성들에 대한 소문이 파다합니다.

하메네이가 실각하고 권력을 이을 명확한 세력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란은 내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 장기화된 국제 제재, 민족·종파·지역 갈등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는 네타냐후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 있는데요. 내부 붕괴로 이란은 핵무기 개발은 물론 중동 전역에서의 패권 추구도 향후 수십 년간 좌절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핵시설 무력화, 후계 구도 불안, 군 내부 침투 정황까지 더해지며 하메네이 체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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