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디가 판 함정에 빠져 궁지에 몰린 중국, 한국이 웃을 수 있는 이유 예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올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결국 좌초되는 결말을 맞이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12월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국 아랍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세계가 깜짝 놀랄 발언을 하였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림과 동시에
'위안화 원유 결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죠.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스템인
'페트로 달러'를 무너트리겠노라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페트로 달러를 무너트리려 시도한 나라들의 말로는 처참했습니다.
2000년, 유로화로 석유 결제를 시도했던 이라크 후세인은 미국에 의해 온국토가 불타버렸고,
2008년 유로화와 엔화로 석유 결제를 시도했던 이란,
2009년 시도했던 베네수엘라 역시 현재까지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국가가 무너졌습니다.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과의 독점계약을 깨고,
위안화로 석유결제를 할 수 있게 한다면 '미국 중국 사우디' 셋 중 하나는 멸망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던 것이죠.
러시아는 이빨빠진 호랑이에 불과하고 중국이 세계 2강에 오른 이상,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가치인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무너트리려 한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사실상 제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긴장어린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중국 아랍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보니,
두 국가의 18개 합의사항이 자세히 적혀있었으나 이 중 어디에도 위안화 원유 결제에 대한 말은 없었던 거죠.
시진핑 주석은 사실 요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좋지 않은 틈을 타서
중동 지역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위안화 원유 결제를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사우디행을 택한 것이었기 때문에
만약 이 사안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었다면 공동성명에 언급되지 않았을 리는 없습니다.
18개 합의사항을 보면 중국은 사우디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려 500억 달러, 한화 약 63조 61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며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왔습니다.
심지어 중국은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어 오랜 우방국이었던 이란에 대한 배신까지 감수했죠.
사우디의 안보를 위해서 '이란 핵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18개 합의사항에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합의 사항과 별개로 중국은 사우디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도와주겠다는,
이란은 물론이고 미국까지 펄쩍 뛰게 할 파격조건까지 제시했습니다.
열받은 이란은 즉시 주이란 중국대사를 소환하여 강력항의하는 행보까지 보였는데,
시진핑의 이번 결정은 전통 우방국이었던 이란에게 언질도 없이 행해질 만큼
사실상 중국이라는 국가의 명운을 내건 '한 방'이었다는 것이었지만 이는 결국 실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우디는 아직까지 미국과의 우방관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고,
최근 미국과의 외교에서 보여주었던 실리주의를 중국에 그대로 적용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사우디의 실리에 따르면, 미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대놓고 배신하고 중국을 택하기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국가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중국이 주겠다는 각종 파격 조건도 액면가 그대로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는 판단이 선 것이기도 하겠죠.
또한 반대로 사우디의 본질적인 문제가 그만큼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사우디의 국교는 이슬람교 중에서도 '수니파'입니다.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는데 수니파는 흔히 온건파로 불리는 이들이고
시아파는 강경파로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이죠.
돈은 넘쳐나지만 핵무기는 없어 언제라도 이란으로부터 침공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위험에 시달리는 사우디로선
누군가 자신을 대신 지켜줄 존재가 필요했으니, 그게 바로 미국입니다.
또한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사우디와의 페트로 달러 협정입니다.
기축통화가 좋다 좋다 하지만 이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트리핀의 딜레마'라 하여, 기축통화국은 언젠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져 나라가 멸망하는 문제에 맞닥뜨리는데요.
이는 한때 패권국의 지위를 가지며 기축통화를 보유했던 로마, 중국, 영국 모두가 겪은 딜레마입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돈인데
이것을 다른 나라에서는 각종 진귀한 상품과 교환을 해준다고 하니 이보다 달달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나름 양심껏 적당히 돈을 찍어내지만, 돈의 맛에 취한 패권국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찍어냅니다.
물론 전세계가 해당 기축통화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돈을 찍어내는 만큼 전세계의 생산량도 함께 증가한다면
생각하는 것 만큼 경제위기가 빨리 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경제가 살짝 삐끗할 때,
경기침체가 닥칠 때 발생하죠. 애써 무시해왔던 문제가 이때부터는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세계를 덮치게 됩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전세계의 생산량은 부족한데 화폐는 넘쳐나니, 화폐의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나름 한정적인 존재인 금과 기축통화를 일정 비율로 교환해준다는 룰을 만들었었지만,
전후 1971년까지 정신줄 놓고 달러를 찍어내던 미국은 자국이 가진 금 이상으로 달러를 찍어냈다 들키는 바람에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뱅크런 사태를 맞이할 '뻔'했지만 '뻔뻔'하게도 금본위제를 폐지한다는 역발상을 냈죠.
물론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모든 국가들의 거센 항의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언제 무너져도 모를 만큼 위태로워지죠.
그런데 미국도 믿는 구석은 있었습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가였던 사우디와 협정을 맺었으니,
그게 바로 '페트로 달러'입니다. 사실상 원유가 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건데요.
현대사회는 석유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사회이기에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한다는 원칙은
모든 나라들이 달러를 반드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원유는 사우디에서만 매일 620만 배럴 씩 뽑아낼 정도로, 금과 달리 계속 생겨나는 자원이기 때문에
미국은 원유의 생산 속도만 적절히 조절하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사우디는 이러한 미국의 장단에 맞춰주는 대가로 원래대로라면 중동의 화약고에서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했어야 할테지만
미국의 도움으로 돈을 아껴 그것을 모두 경제발전에 보탤 수 있고,
사우디의 화폐인 리얄화를 미국 달러와 페깅하여 고정환율의 혜택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요즘처럼 미국의 긴축 기조로 달러의 가치가 급변하며 모든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휘청거릴 때
사우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 거래, 특히 올해는 10년 만의 재정 흑자를 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사우디가 중국의 파격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서 앞으로의 세계가 지금까지와도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미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사우디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또한 석유 원툴인 사우디 역시 전세계가 대놓고 탈탄소 친환경 정책을 펼침에 따라
사우디의 밥줄을 빠른 시일 내에 끊어먹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언제까지고 석유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즉, 미국과 사우디의 결별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벌어질, 단지 어떤 형태로 벌어질 지만 모를 일에 불과하단 건데요.
사우디가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사우디가 단지 눈 앞에 보이는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국제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가운데,
앞으로 더욱 돌풍에 빠져들어갈 세계 정세 속 대한민국도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물론 다가올 신 에너지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중요한 포지션에 위치해있어
흐름을 잘 타면 미국과 함께 에너지 패권을 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로 꼽히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영상은 다음에 새로운 주제와 함께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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