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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명령

1. 천천히 사라지는 나

태경은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그는 스스로의 생각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점점 희미해졌다. 대신 머릿속에서 단순한 행동 지침들이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가 미리 정해놓은 동선처럼.

처음에는 작은 행동들이었다. 길을 걸을 때 특정한 장소를 들르도록 유도되는 느낌. 누군가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 하지만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리는 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거울을 볼 필요가 없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실행되는 존재였다.

그의 머릿속은 고요했다. 생각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명령만이 있었다.

2. 조롱하는 자로 변하다

처음에 내려온 명령은 간단했다. 특정한 대상이 나타나면 그를 향해 속삭이는 것이었다.

“이제 곧 끝날 거야.”
“넌 틀렸어.”
“다 알고 있어.”

태경은 처음에는 가벼운 장난처럼 느꼈다.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불쾌한 말을 내뱉는 것뿐이었다. 대상이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발걸음을 재촉하면 속이 시원해졌다. 그것은 마치 게임의 일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단순히 속삭이는 것만이 아니게 되었다.

길을 걸으며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기. 공공장소에서 특정한 단어를 반복해 들리게 하기.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대중교통에서—태경은 알게 모르게 그 대상을 향해 불쾌한 소리들을 퍼뜨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지?”
“너 같은 놈은 사라져야 해.”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의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러다 어느 날 새로운 명령이 내려왔다.

“대상을 제거하라.”

그의 근육이 반응했다. 그의 손이 반응했다. 그의 발이 반응했다. 그는 그곳으로 향했다.

3. 목표 탐색

그는 거리에서 대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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