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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밸런타인데이가 있었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계절, 사랑도 어느새 파릇파릇 움트기 시작합니다. 서양엔 초콜릿이 오가는 밸런타인데이가 있다면, 조선에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경칩 고백의 날’이 있었습니다.

은행나무는 천년을 사는 나무입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를 마주 보며 맺는 결실은, 조선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었습니다.

선조들은 해마다 정월대보름, 집안에 은행을 모셔두었다가, 경칩이 되면 부부가 마주 앉아 은행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때 남편은 뾰족한 세모 모양의 수 은행, 아내는 둥글고 부드러운 암 은행을 먹으며, “올해도 너와 나,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뜻을 나누었다지요.

총각과 처녀들도 이 날이 되면 해가 지기 무섭게 동구 밖 은행나무 앞으로 몰려갔습니다. 그중 한 처녀는 짝사랑하는 사내에게 일부러 수 은행을 떨어뜨리며 말했답니다. “이거, 드실래요?” 수줍은 말 한마디에 사내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그 둘은 해마다 경칩이면 은행나무 아래서 만나 사랑을 키워갔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엔 초콜릿과 사탕이 상자를 채우고, 고백의 날조차 마케팅에 휘둘리는 세상이지만, 조선 사람들은 달빛 아래에서 은행을 나눠 먹으며 조용히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누구보다 진실하게, 누구보다 오래도록. 천년을 마주 본 은행나무처럼.

우리가 이 전통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그 사랑이 번쩍이는 선물이나 달콤한 말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를 생각하며 조용히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도 우리 마음에도 조선의 은행나무처럼, 따뜻한 봄이 피어날지도 모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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