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지 [신동욱 앵커의 시선]

풋내기 형사가, 전신이 마비된 법의학자와 함께 연쇄살인범을 추적합니다. 두 사람을 비웃듯 범인은, 살인현장마다 다음 범행을 예고하는 단서와 함께 아주 작은 종이조각을 남깁니다.

"퍼즐의 여왕인 당신은 뭐가 보이지?"

조각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자 범인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풀리지 않는 퍼즐이란 없습니다.

송나라 명장 악비를 모신 사당에, 사람들이 침을 뱉는 동상이 있습니다. 악비를 모함해 처형시킨 재상 부부입니다. 둘의 악행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동쪽 창가에서 꾸민 일이 발각됐다"는 동창사발이지요. 밀실에서 모의한 일도 백일하에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은밀한 것이 가장 잘 보이며, 희미한 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가르침도 있습니다. 음험하게 꾸민 일일수록, 남이 못 볼 거라고 생각한 일일수록 더 분명하고 또렷하게 알려진다는 얘기입니다.

황당무계한 싹쓸이 수익만 보일 뿐, 잔뜩 흐트러져 있던 대장동 개발의혹의 퍼즐들이 한 조각 두 조각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십수억원을 뿌렸다는 녹취파일이 검찰에 제출됐습니다. 화천대유 측과 성남도개공 책임자가 배당금 4천억원과 아파트 분양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 대화도 담겼다고 합니다. 성남시 쪽 비리의혹이 물밑에서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사업" 이라는 자랑에 "그럴 리가?" 했던 의구심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쓴웃음으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파일에는 정관계, 법조계 로비 정황과 대상이 실명으로 거론됐다는 얘기도 정치권에 나돌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의 관건은, 이재명 지사의 관련 여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와중에 그의 기자회견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직대는) 퇴직했고… 사실 이 (대장동 사업)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을 전후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순일 대법관을 여덟 번 방문했다는 출입기록도 석연치 않습니다. 퍼즐을 푸는 결정적 한 조각이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이 제기한 '대장동 게이트'를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받아쳐 왔습니다.

"국민의 짐, 아이고 죄송합니다. 도둑의 힘… 아이고 이것도 아니네요"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강공이었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리 돌아봐도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일은 아닐듯합니다.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도 않고요.

검찰수사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어느 누구도 진실을 밝히는데 앞을 가로막아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이 바로 이 의혹의 배후라고 국민들은 믿을 겁니다.

10월 1일 앵커의 시선은 '그러면 그렇지'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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