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노란 샤쓰의 사나이 (1961)

노래 이야기

애국가보다도 많이 불려졌던 노래, 최초의 한류열풍을 일으킨 노래.
1961년 한명숙 선배님의 노래로 발표된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국민가요로 자리잡았습니다.

사실 이 앨범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에는 레코드점에서 무더기로 반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는데요. 맑고 청아한 꾀꼬리같은 목소리만을 원했던 시대에 허스키한 보이스라니, 사람들은 이 신인 가수를 외면해 버렸답니다. 가요관계자들조차 수준 낮은 동요같은 노래라며 악평을 쏟아냈지요.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때 모습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후 '노란 샤쓰의 사나이'가 1960년대 가요계의 판도를 뒤집을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힘들었겠지요.

아이러니하게도 5.16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어수선해진 나라의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밝고 희망적인 노래들을 틀기 시작했고 그 중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노란 샤쓰의 사나이"였습니다. 1963년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가 발표되기 전까지 정부의 홍보용 노래로서 큰 인기를 끌게 되지요. 손석우 선생님이 노래를 만들 때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반품되었던 음반들은 다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심지어 음반 가게에서 노란색 셔츠를 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작곡가 손석우 선생님이 뷔너스레코드라는 자신의 음반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 바로 이 앨범이었는데,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 한 셈이었네요.

노래가 큰 인기를 얻게 되자, 이듬해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는데 신영균, 엄앵란 주연에 한명숙 선배님도 단역으로 출연했습니다.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15만명이라는 흥행을 기록하며 대박을 치게 되지요. 가수로서 영화에 출연해 높은 연기력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한명숙 선배님의 '발'연기에 환호하고 그것을 보는 재미가 영화의 흥행에 한 몫을 하게 됩니다.

1960년대는 한명숙 선배님의 시대라고 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셨는데, 주현미TV를 통해 소개해 드렸던 '눈이 내리는데'를 비롯해 '우리 마을', '검은 스타킹', '센티멘탈 기타' 등 손석우 선생님과의 콤비로 많은 곡들을 발표했고 이후에도 '그리운 얼굴', '울고 웃는 인생', '강가에 피는 꽃', '내 별은 어느 하늘에', '세월' 등 여러 히트곡들을 발표하며 최고 인기 가수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단 한번의 스캔들도 없이 오히려 너무 흠잡을 데가 없어 매력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한명숙 선배님. 2010년에는 후배가수들이 모여 '한명숙 헌정음악회'를 개최했는데 최백호 선배님이 위원장을 맡고 송창식, 임희숙, 인순이 선배님 등 기라성같은 가수들이 모여 '노란 샤쓰의 사나이' 발표 50주년을 축하하기도 했답니다.

"노오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생김
그이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쏠려

아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본 심정
아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노오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지금까지도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노래로 남아있습니다. 에디트 피아프, 줄리에트 그레코와 더불어 프랑스 샹송을 대표하는 가수 이베트 지로(Yvette Giraud)가 1962년 내한 공연을 가졌을 때 서울 시민회관에서 이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공연 후 본인이 직접 이 노래를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지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각각의 언어로 발표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최근 한명숙 선배님이 병석에 누워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던 그 노래처럼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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